텅 텅 남은 이야기는 엎거나 묻거나 할 일 우뚝 솟아 검은 서녘 산 뒤에 숨겨놓은 컴컴한 빛 들락거리는 날짐승의 허기로 엮어 내려간 깊고 검은 구렁 숨긴 이야기 영영 잃어버리고 나면 버리든 떠나든 할 일 유리벽이 노을 번진 산을 사각사각 잘라 저녁을 차곡차곡 개키는 저녁 버리고 떠난.. 성률詩 2016.09.02
이야기 이야기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호킹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그들도 불편할 것임으로 콜럼버스처럼 외계인을 만나러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내연이 우주처럼 확장된다 끝이 있는데 끝이 멀어진다 휠체어 안에서 신은 없다고도 말한 호킹 아마 신이 있었다면 그가 휠체어에 있지도 않았겠.. 성률詩 2014.10.08
유리한 구도 유리한 구도 먼저 그늘의 무게를 잰다. 그리고 말의 높낮이 눈꺼풀의 움직임 움직임의 향방에 담긴 밑줄의 색깔 괄호의 크기 목뼈의 기울기를 가늠한다. 그러나 후일담의 안팎은 쓸어 담지 않는다. 밀치는 힘과 당기는 힘 그 힘줄에 현을 올려만 놓는다. 끝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끝이라고.. 성률詩 2014.10.08
소금쟁이 소금쟁이 저문 저녁 물 위를 걷듯 밤마다 새끼 새에게 홀려 번데기 같은 아랫도리로 소금기를 빼내도 뒤안엔 감이 열리지 않는 가을만 머물러요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은 뻣세기만 하고 아침마다 소금을 뿌려대는 미신처럼 쭈글쭈글한 손 때문에 계절은 바뀌지 않아요 낮에는 못하고 밤에 .. 성률詩 2014.10.08
마디 마디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지 내 죽음에 석 달 열흘 통곡하는 열세 명의 꿈을 꾸어야지 나만 아름다워야지 너에게 서툴고 사랑에 가난했으므로 더는 엉키거나 맺히지 말아야지 오늘만 살 것처럼 아름답도록 슬픈 꿈을 꾸어 꿈처럼 죽고 또 죽어야지 열두 명이 상여를 메고 에고 에고 꿈.. 성률詩 2014.10.08
궐 너머 궐 너머 밤에 사랑을 잘못 써놓고 아침에 몸과 맘이 둥글어지는 건 요사이 생긴 일 자궁이라도 들어섰는지 궁 안에 염치와 아량이라도 키우는지 뻣센 결기가 무르다 못해 변덕만 같고 새벽에 뒤척거리느라 엎치락뒤치락 그마저도 봄비 같은데 넘나들어 모자라는데 왜 여기에다 부려놓고.. 성률詩 2014.10.08
야간자기주도학습감독날짜 바꾸기 야간자기주도학습감독날짜 바꾸기 어제는 쉬웠는데 오늘은 어려워, 너는 쉽게 바꾸던데 나에게는 어려워, 수많은 눈들을 두고 다른 눈을 빌리는 거, 믿지 못하는 게 아니지만 믿는 것도 아닌 거,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 약속을 위해 약속을 어기는 것일 뿐, 다른 걸 다른 위치에서 보겠다.. 성률詩 2014.10.08
우리가 모르는 세계 우리가 모르는 세계 어제 없었던 것처럼 구는 꼬리 자른 별들이 어둠을 흘리고 있어 귀신들 쪼그려 울고 있는 방구석에서 흘러 나와 출하 못해 동네에 산성을 이루고 있는 양파 너머로 내일이 아니라 내가 집을 나갔어야 했는데 오늘 울고 있는 추천(鞦韆) 너머 국가의 우울 너머 어제.. 성률詩 2014.10.08
한식(寒食) 한식(寒食) 인부들이 먼저 와 기다렸다 별이 너무 많아 어두웠으므로 우리들도 기다려야 했다 형이 첫삽을 뜨자 어둠이 물러섰고 삽들이 일어나 떼를 떠냈다 발가락이 시린 나는 땔감을 날랐고 퍼낸 흙에서는 땅김이 올랐다 아버지는 깊었다 삽들이 고봉밥을 다 퍼먹자 이등병처럼 누워 .. 성률詩 2014.10.08
자루 자루 무한한 거짓말이 진실보다 언제나 한 걸음 앞서간다. - 조지 오웰 『1984』 , 한 번 쥔 자루는 다시 잡지 않는다. , 한 번 쥔 자루는 영원히 놓지 않는다. , 제 손으로 자루를 잡지 않는다. 교도소는 희고 눈부신 만큼 막강했다. 세 차례의 탈옥 시도가 있었을 뿐. 담배 거래가 이뤄졌지만.. 성률詩 201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