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喪家에 모인 구두들」 「喪家에 모인 구두들」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들이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 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 좋은詩 2013.05.22
송재학 '흰뺨검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그 새들은 흰 뺨이란 영혼을 가졌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에서 흰색까지 모두 이 늪지에선 흔하디흔한 맑음의 비유지만 또 흰색은 지느러미 달고 어디나 갸웃거리지 흰뺨검둥오리가 퍼들껑 물을 박차고 비상할 때 날개소리는 내 몸 속에서 먼저 들리네 검은 부리의 새떼.. 좋은詩 2013.03.27
김광규 「영산(靈山)」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영산이었다. 영산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하여 영산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영산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없이 .. 좋은詩 2013.03.12
너가 오면 - 유희경 너가 오면 유희경 그렇게, 네가 있구나 하면 나는 빨래를 털어 널고 담배를 피우다 말고 이불 구석구석을 살펴본 그대로 나는 앉아 있고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좋은詩 2011.07.26
신동엽 「좋은 言語」 「좋은 言語」 -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을 머리로 속속들이 굽이돌아 적셔보세요. 허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 좋은詩 2010.05.18
김수영 <엔카운터지> 「엔카운터誌」 - 김수영 빌려드릴 수 없어. 작년하고도 또 틀려. 눈에 보여. 냉면집 간판 밑으로---육개장을 먹으러--- 들어갔다가 나왔어---모밀국수 전문집으로 갔지--- 매춘부 젊은애들, 때묻은 발을 꼬고 앉아서 유부우동을 먹고 있는 것을 보다가 생각한 것 아냐. 그때는 빌려드리려고 했어. 寬容의.. 좋은詩 2010.05.12
「어느 늙은 水夫의 告白」 - 서정주 「어느 늙은 水夫의 告白」 - 서정주 바다를 못 당할 强敵으로만 느끼고 살살살살 간사스레 航行하는 者들, 바다를 富者집 곡간으로만 여기어 좀도적 배포로만 기웃거리고 다니는 者들, 또는 별을 어깨에 다섯쯤이나 달고도 海神에게 挑戰이나 일삼는 蠻勇 將軍도 바다에 끝까지 이기지는 못 한다. 앙.. 좋은詩 2010.04.21
김상훈 <호롱불> 호롱불 김상훈 석유를 그득히 부은 등잔은 밤이 깊도록 홰가 났다 끄으름을 까-맣게 들어마시며 노인들의 이야기는 죽구 싶다는 말 뿐이다 쓸만한 젊은 것은 잡혀가고 기운 센 아이들 노름판으로 가고 애당초 누구를 위한 농사냐고 이박사의 이름을 잊으려 애썼다 곳집에 도적이 들었다는 흉한 소문.. 좋은詩 2010.04.14
임화 - 골프장 가슴이 짠한 임화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1935.08.04 <조선중앙일보> 시집<현해탄>에 실린 작품입니다. 「골프장」.hwp 좋은詩 2010.04.06
임화 - 「구름은 나의 종복(從僕)이다」 간단한 독후감을 써보았습니다. 문학계의 거점이던 임화의 시에 이렇게 좋은 시가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구름은 나의 종복이다 - 임화.hwp 좋은詩 201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