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冊 25

최은미 <마주> 서평

마지막 페이지의 책장을 덮으며"내게 필요한 것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게 좋다."는 주인공 '나리'의 진술 속에서 제목 를 길어올렸다. 눈과 귀는 내어놓은 채로 입과 코를 막고 살아가고 있는 절반의 익명성을 가진 '*은', '*선', '*주' 씨들과의 팬데믹 시대의 삶의 양상 속에서 "곤두설 대로 곤두선 채 숨죽이고 있는 공기"처럼 툭. 툭. 툭. "얼굴 보여주세요"라는 말이 인사가 된 시대의 소시민들의 일상이 와닿는다. 얼마쯤 취한 채 살아가늣 그들은 '천사의 몫을' 남긴 게 아닌가 싶다.

좋은冊 2023.10.15

불량한 자전거 여행

"은찬이는 울다가 웃었지만 나는 웃다가 울고 싶었"지만 난 응원하다가 그들과 함께하게 될 만큼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자전거로 한라산을 넘는 거랑 비슷했다. 높을수록 아름다운 길을 내려오지만 그 전에 힘든 오르막이 먼저"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호진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행을 끝내는 게 아니라 더 먼 곳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라는 호진이 생각을 따라 나도 먼 곳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같이 지옥을 달리고 같이 천국에서 쉬는" 여행, 그리고 삶. "살아가는 건 보이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여행"이라는 말이 뜨겁게 뭉클거린다.

좋은冊 2023.04.22

사라진 소녀들의 숲

오백 년 전 편지로부터 발화한 불이 번진다. 작가의 마음을 뒤흔든 한 통의 편지가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기어이 역사적 상흔을 들춰내 당대 제주 사람을 넘어 우리 시대의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은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다시 묻는 듯하다. 역사의 소용돌이는 왜 약하디 약한 소녀들에게 더 가혹해야만 했는지를, 와 지켜주지 않앟는지를, 이 가혹함이 현재진행형이 아닌지를...

좋은冊 2023.01.26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나에게 나와 같던 존재였던 아버지. 이데올로기에, 국가에 빼앗긴 아버지. 한때 한 몸이나 같았고, 나의 우주였던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정겨운 듯도 역겨운 듯도 한 혈육의 죽음을 둘러싼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났다. 이야기가 오지다. 격랑 같은 현대사를 평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읽다가 가끔 책날개에 박힌 소설가의 사진을 봐야 했다. 그의 얼굴에 숨은 파란만장을 찾으려 했다.

좋은冊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