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168

파리 올림픽

파리 올림픽 개를 기르는 백성들 사이 그는 대개 윤달이라 불린다 건달이라 부른 이들은 검거되거나 이미 나라를 뜬 뒤 윤달 윤년 끝에 붙여 12월 32일이어도 되겠으나 남는 건 모자란 데 보태는 역법에 따라 윤달의 잉여는 이월이 된다 歷上餘分之月二月某日 쓰고 난 후 남은 것들 사주팔자에 따라 맞춰 손바닥에 새긴 王을 문 삼아 궁문을 연 윤달 궁에서 나고 자라 문 열 일 없는 王의 자리 그러나 閏은 정통이 아닌 임금의 자리라는 뜻을 깔고 앉아 해와 달을 꺼린다 해와 달이 돌든 말든 시민의 나라 프랑스에서 사 년마다 오는 윤년 그해 열리는 올림픽 파리에 윤달이 가면 올 것이 드디어 왔구나 파리는 꼬이고 짐승들 꼬리치겠다 윤년에 누가누가 젤 잘 비비나 거참 볼만한 올림픽이겠다

성률詩 2024.01.17

데칼코마니

데칼코마니 당신을 펼치면 내가 나오고 나를 펼치면 당신이 나오는 당신도 나도 아닌 그걸 이별이라 하자 짓이겨진 바탕 헝클어진 색깔 당신과의 사랑도 그러했으니 이별은 언제나 필연이었으니 당신이 나로 내가 당신으로 펼쳐질 일 없으리 아름다웠을 뿐 어지럽도록 미끄러웠을 뿐 내가 나로 당신이 당신으로 돌아갈 일 없으리 눈이 눈을 보는 것처럼 혀가 혀를 뱉는 것처럼 놀라웠으니 끔찍했으니 이걸 사랑이라 하자 나도 당신도 아닌 나를 펼치면 당신이 나오는 당신을 펼치면 내가 나오고

성률詩 2020.11.11

슬리퍼

슬리퍼 못 황소개구리만 한 아이들의 슬리퍼 물에 젖은 채 사방팔방으로 튀려다 자빠지거나 벌렁 누워 있어 구멍이 숭숭 나 울음주머니를 잃은 맹꽁이처럼 습지에 갇혀 있던 것들 가끔 밖에 나와도 오래 달리지 못해 쉽게 허락하고 쉽게 버림받는 것들 물 머금지 못하는 타일벽에 세워둬 딱딱해진 혀로 아이들을 세우려 한 적 있던 금 간 얼굴이 보여 뭍에 오른 은어처럼 사랑이 빳빳하게 굳어가 꽃무늬 거울면 얼얼해진 귓불로 어섯만 보던 겨울 안경을 벗는 너는 질 낮은 쓰레빠로 뺨을 맞지 그도 남자라고 때려 남자가 될 너도 울지 않아 교실 창가 커튼 뒤로 얼핏 그녀가 보여 슬리퍼가 너를 부릴 거라는 악담의 출처는 네 구부린 허리 얼얼한 뺨에 남은 벌집 같은 여자의 자국이 거울면의 꽃무늬처럼 오래 남아돌아 무얼 보러 갔는지..

성률詩 202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