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청어

sihatogak 2020. 1. 31. 11:19

청어

 

 

 

오래전 울며 다녀간 소년이

간밤에 일그러진 얼굴로 다녀갔습니다

 

가문 돌무더기 산꼭대기에 숨어

돌을 쌓고 억새와 흙을 이겨 오두막을 짓고

아내를 얻고 아이들을 낳고 바람 불어 소년을 잊고

세상이 가까워져 울타리를 높이 치고

 

추운 밤이었는데 소년이 대낮을 데리고 왔습니다

소년이 들어온 사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물이 차오르고 청어떼가 들어오고

헤엄을 모르는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헤엄을 치고

아내가 바빠 이리저리 뛰고

 

아내와 아이들이 소년과 함께 청어를 잡느라

피 묻은 비늘들이 지붕까지 튀어 올라옵니다

 

아주 더 오래전 소년을 보낼 때

소년은 무섭다고 춥고 목이 마르다고 했었습니다

 

소년이 무서워 옴짝달싹 피할 데 없던 나는

오래전 소년처럼 피할 데가 없어서

지붕 위로 올라가 몸에 자꾸 돋는 비늘을

핀셋으로 떼어내고 있는데

 

첨벙

첨벙

 

오빠라고 불러 형이라고 불러

다음에 또 올게

……… 그런데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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