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녕
번쩍, 열지도 않고 와서는 벌컥, 닫지도 않고 가버린 너의 멀건 낯바닥을 긷는다
길 건너에서 너의 저열을 끄집어내어 너와의 차이마저 없애려 발악할 때 너는 그냥 멀어지고 고기와 꼬챙이와 불과 술이 동시다발로 꿰어져 나오더니 너에게로 끌고 들어가 주저앉히는 게 아닌가
나중에서야 네가 안다는 걸 알게 된 발악하는 척한 발악 더 나중에서야 내가 알게 된 그게 다인 발악 발악의 숨통 숨통에 걸린 가시 같은 네 앞에서 무력하다 못해 흰소리까지 떠벌리고 있는 게 아닌가
꼬챙이에 꿴 고기를 먹고 싶어 구워 술 한잔하게 이리 와요
내가 한 말인지 네가 한 말인지 너는 다 알면서 고기가 먹고픈지 술이 먹고픈지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 길 건너에 서서 네 낯바닥을 한 꺼풀 한 꺼풀 걷어내는 내게 꿰라는 듯 내미는 네 물낯바닥 같은 낯바닥을 들여다본다
미완성에 감춰진 완성을 보고 싶어 물과 기름을 섞게 이리 와요
모나리자의 눈썹 눈썹이 자라나는 방향 방향의 늦은 쓸모 지구의 기울기 기우는 마음 거짓말 같은 거짓말 헤아릴 수 없이 우리를 내팽개치는 배꼽들이 들여쓰기 되어 쳐들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길 건너에서 나의 불안을 끄집어내어 너와의 불편마저 떠넘기려 거짓말을 할 때 나는 그냥 가라앉고 완성과 미완성과 물과 기름이 동시다발로 쏟아져 나오더니 나에게로 끌려 들어가 주저앉는 게 아닌가
숨길 거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숨길 걸 찾느라 밑천 바닥난 내 얼굴이 바짝 마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