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
무한한 거짓말이 진실보다 언제나 한 걸음 앞서간다. - 조지 오웰 『1984』
, 한 번 쥔 자루는 다시 잡지 않는다.
, 한 번 쥔 자루는 영원히 놓지 않는다.
, 제 손으로 자루를 잡지 않는다.
교도소는 희고 눈부신 만큼 막강했다. 세 차례의 탈옥 시도가 있었을 뿐. 담배 거래가 이뤄졌지만 주벽보다 낮은 높이는 용인되었다. 일기와 상관없이 사형집행도 조용한 가운데 이루어졌고. 이견 없이 혀는 늘어졌다. 개별적인 자해나 단식은 향나무에 묶어두면 피와 굶주림에 대해 모기가 앵앵거려주었고. 집단적인 미결사의 폭동은 사방 한 칸씩 따고 들어간 기동타격대의 진압에 무력한 미제로 남았다. 교통특례법위반이든 살인이든. 송치든 무기든. 간음이든 폭력이든. 유죄는 공장사역에 성실했고. 운동시간에 운동했다. 실수건 고의건. 사랑이든 증오든. 질서정연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태평천하였지만 조울증의 유무로 미결과 기결을 떼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안팎을 가를 수 없는 자루들의 들락거림이 문제였다. 외출외박 후 이유 없이 그리고 어김없이 3감시대의 폭행이 지하벙커의 묵인 아래 자행되었고. 종종 교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대원집합이 불시에 이루어졌다. 세탁실과 취사장에서의 얼차려는 차고 단단했고. 젖은 모포처럼 무거웠다. 눈 감고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막막했고. 쥐는 곳마다 손잡이가 되는 자루들이 날마다 도처에서 발굴되었다.
꺼낸 관을 쪼개 죽은 자의 목을 베는 오늘의 자루가
오랑캐의 그것보다 슬프고 씩씩하지 않고
자루에 거짓말을 하나 더 담긴 담아야겠는데
담은 걸 또 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크고 무겁다
곡괭이 자루에 대해 뼛속 깊이 알고 있듯이
온갖 자루의 다른 용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 걸음 앞선 더 큰 자루에 대한 예의도
넘쳐나는 길 잘 든 자루처럼 모자람 없이 깍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