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소금쟁이

sihatogak 2014. 10. 8. 12:45

소금쟁이

 

 

 

 

저문 저녁 물 위를 걷듯

밤마다 새끼 새에게 홀려

번데기 같은 아랫도리로 소금기를 빼내도

뒤안엔 감이 열리지 않는 가을만 머물러요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은 뻣세기만 하고

아침마다 소금을 뿌려대는

미신처럼 쭈글쭈글한 손 때문에

계절은 바뀌지 않아요

낮에는 못하고 밤에 질금

엄마는 언제 오나요

아빠라도 와서 혼이라도 내주면 안 되나요

타전되지 않아 스스로 수면을 두드려 타전하는

발들이 미끄덩거려요

짚을 수 없는 음계를 밟는

몽상 0.02g으로는

안팎을 나누는 우아한 수막을 부술 순 없나 봐요

수면 위에 떠 있는 등짝 같은 죽음들을

뒤집어보아도 엄마는 아니에요

몽상들을 아무리 쌓아도 수면은 뒤집어지지 않고

감이 열리지 않는 가을만 감나무 아래 수북해요

내 안에 0.02g 남은 미신 같은 엄마

어서 와서 이 수면의 계절을 까불러주면 안 되나요

머리에 키를 벗겨 안팎을 까부르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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