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저문 저녁 물 위를 걷듯
밤마다 새끼 새에게 홀려
번데기 같은 아랫도리로 소금기를 빼내도
뒤안엔 감이 열리지 않는 가을만 머물러요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은 뻣세기만 하고
아침마다 소금을 뿌려대는
미신처럼 쭈글쭈글한 손 때문에
계절은 바뀌지 않아요
낮에는 못하고 밤에 질금
엄마는 언제 오나요
아빠라도 와서 혼이라도 내주면 안 되나요
타전되지 않아 스스로 수면을 두드려 타전하는
발들이 미끄덩거려요
짚을 수 없는 음계를 밟는
몽상 0.02g으로는
안팎을 나누는 우아한 수막을 부술 순 없나 봐요
수면 위에 떠 있는 등짝 같은 죽음들을
뒤집어보아도 엄마는 아니에요
몽상들을 아무리 쌓아도 수면은 뒤집어지지 않고
감이 열리지 않는 가을만 감나무 아래 수북해요
내 안에 0.02g 남은 미신 같은 엄마
어서 와서 이 수면의 계절을 까불러주면 안 되나요
머리에 키를 벗겨 안팎을 까부르면 안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