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지하철 유리문짝

sihatogak 2005. 7. 3. 21:54
지하철 유리문짝              -00.10.05

오래된 젊은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나를 닮았다
아버지는 늙은 나를 보시며
나보다 더 오래 나어린 당신을 찾았다
어둔 밖에 계신 아버지는 밝은 안에서만 보였고
그 반대는 반대여서
보고 있는 나를 두고 밖이 밝아지면 사라지셨다
그러시다가도 내가 고개를 떨구어 책을 보면
검지에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시다 가끔 힐끔거리셨다
힐끔, 아버지가 낮게 나를 부르셨다
귀가 없으면 입이 없다지,
내겐 귀가 없어 다시 아버지를 부르지 않고
아버지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그냥, 오래된 젊은 이야기를 보았다
저만큼서부터는 나만큼 오래된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서
급히 오래될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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