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저녁에

sihatogak 2005. 7. 3. 21:57
저녁에                  -00.10.27.

이제는 입은 것 벗어 빨래도 하고
깨벗은 몸 씻기도 하는, 볼일 말고도 볼일 많은
화장실에 가면
언제는 흰쌀 고봉으로 담았을 스테인리스 스틸 밥그릇에
밥풀 대신 틀니가 소금에 설운 뼛빛으로 절어 있다
그만큼 드시라고 해드린 덧대야 할 당신 몸에서는
씻어도 쉰내 쉬 가시지 않고
벗은 거죽들에게도 소금과 손이 살아온 만큼 더 들어야 하는데
당신 몸이 밀어내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는
퇴근길에 맑은 소주를 빠짐없이 담아 오시는 것이었다
맑은 것들을 넣어도 맑은 것이 나오지는 못 해서
삶는 일이 더디고 더 번거로운 당신의 반려는
부글부글 끓어 넘쳐서야 개운해지시는데
빨래 돌 듯 쉬 돌지 않는 당신 삶은
고봉밥처럼 퍼내지고 퍼내져서는 끝내 바닥을 드러낼텐데
오뉴월 하룻볕에 크듯 당신의 저녁길이 달라져서는
떨어져 덧댄 데 많은 당신 몸만큼이나
날이 어둑어둑하여 당신 남은 생니만큼 눈 시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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