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병동 청소부

sihatogak 2014. 10. 8. 11:48

병동 청소부

 

 

대나무를 세다가 말았다

법적으로 심어진 대나무 말고도

헤아릴 수 없는 게 많았다

댓이파리 흔드는 바람이 그렇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렇고

오늘로 어제를 덮지 못하는 마음이 그렇다

 

하릴없는 한낮이 병동청소부 젖가슴처럼 늘어졌고

마음만 바빠 손발이 재지 못한 젊은 년들은

죄다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장마는 링거처럼 끝날 줄 모르고

저녁 쟁반을 한 술도 안 뜬 채 수레에 밀어 넣고는

다시 내려가 대나무를 세다가 말았다

 

간호사도 청소부도 사는 게 복잡하다지만

옷걸이에 걸린 흰 가운들처럼 그만그만했다

진찰은 대충해도 퇴원은 오래 걸렸고

화장실에선 귀 먼 베토벤의 양악기들이 떼로 울어댔다

병동은 오래 닦고 닦아도 툇마루가 되지 않았지만

늙은 년들이 이따금씩 물기를 닦아댔다

 

오지 않는 잠이 다시 대나무를 세다가

엄지를 검지 아래 밀어 넣었다

법적으로다가 먹이고 싶은데

치료비가 다른 데 쓰이고 있었는데

귀는 물론이거니와 늙은 년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젊은 년이나 늙은 년이나 귀 아픈 젊은 놈이나

다 한통속인데 말이 잘 섞이지 않았다

텅 빈 속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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