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상여

sihatogak 2016. 9. 2. 12:17

상여

 

 

 

 

 

 

아 글쎄 차는 못 들어간다니까

아 글쎄 산송장이라니깐

차라리 상여는 들어갈 수 있다니깐

다 죽었다니까

 

척추로 암이 번져 누워만 있던 아버지

짐처럼 싣고 삼막사 초입에서의 실랑이

 

막돼먹은 개들을 풀어 컹컹 짖게 한

생면부지의 삼막사 부처 괘씸하다 여겼지

 

혀를 찼겠지

언제고 올 나를 위해 회초리를 꺾어놓았을지도 모르지

그도 아니라면 아버지를 데려다 여태 꾸짖고 있을라나

 

그날 아무 말 없이 누운 채 고개 돌리던 아버지가

어쩌면 부처였는지도 모르지

문밖에 상여가 왔는지도 모르고

당신도 아파 끙, 와불로 돌아누웠었는지

 

오늘 그 초입에 햇살 내려앉듯

늙은이 혼자 장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네

이 상여에서 내려

종아리를 걷어 올려야 할지 늙은이 앞에 앉아야 할지

 

예가 절간인지 제가 생시인지

가까이서 서글픈 개들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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