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집
목청으로 다급하게 칼이 들락거린다
멀리서 다가오는 쇳소리
…………칼갈아요칼갈아요칼갈아요
자전거 바큇살에 끌려오는
대낮의 고요와 적막이 섞여 비릿하다
참을 수 없는 큰길이 길길이 날뛰고
싣고 가는 페트병 안의 물이 찰랑댈수록
칼이 마르고 숫돌이 타들어간다
칼날을 쥐고 마구잡이로 들쑤셔도
여편네들은 도통 뛰쳐나오지를 않고
칼만 다급하게 목청으로 들락거린다
손목이라도 댕겅 자를 것처럼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들이닥친 골목
짖던 개들이 더 사납게 짖어댄다
커튼 뒤의 칼잡이들이 죄다
칼 대신 개들을 불러들이자
골목이라도 토막 내려는 듯
골목 끝이 낭자하게 갈라터진다
누그러들지 않는 목청이 밭은 쇳가루를 쏟아내고
목마른 페트병이 미친 듯이 출렁댄다
목청값도 안 나올 듯한 쇳소리가 멀어져갈수록
벼려진 골목들이 벌떡 일어서서
칼집에 꽂히는 소리 쟁쟁 비리다
젖이라도 돌아야 할 목구멍에서는
달을 다 못 채운 무녀리처럼 칼이 쏟아진다
칼갈아요칼갈아요칼갈아요…………
들어간 구멍으로 다시 나오는 구멍은
이미 목구멍이 아닌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