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아이 업은 사람이
등 뒤에 두 손을 포개 잡듯이
등 뒤에 두 날개를 포개 얹고
죽은 새
머리와 꽁지는 벌써 돌아갔는지
검은 등만 오롯하다
왜 등만 가장 나중까지 남았을까,
묻지 못한다
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거리는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 아직 많다
김선우 『내 몸속의 잠든 이 누구신가』
"업혀 있는 것 아직 많"아서 가장 나중까지 남았다. 업혀 있는 것이란 돌보아야 하는 것이거나 덜어내야 할 짐이거나 아니면 끝까지 묻어두고 가야할 그 어떠한 것일진대, 여기서 보이는 것은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을 먹이고 있는 새의 죽음을 알리고 있다. 아니 시인은 새의 삶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롯"한 검은 등으로 보이는 것이다. 고요하고 쓸쓸한 삶, 그래서 온전한 삶일 수 있는 검은 새의 삶, 그래서 "묻지 못"하는 것 아닐까
"무언가 먹이"는 행위는 얼마나 오롯한 행위일까?
호젓한 산속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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