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지구영웅전설

sihatogak 2006. 6. 7. 20:25

지구영웅전설*



세 군데로 각(角)을 세운 흙뿔의 형상
내각(內角)을 합하면 지평선이 되어
하늘과 땅을 나누는 선(線)이 된다.
그 직선을 구부려 해와 달을 만들었을 것이다.

네 군데로 귀퉁이를 막아 놓은 땅덩어리
내각(內角)을 합하면 둥근 하늘이 되어
해와 달을 굴리는 그릇이 된다.
그 그릇을 포개 땅끝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을 것이다.

그 직선과 각도 근처에 인간이 산다.
직선을 구부려 두려움을 떨쳐낸 인간이 산다.
세상 모든 선(線)을 이어 곡선을 만들고
모든 각(角)을 합하여 원을 만들 줄 아는 인간이 산다.

뜨거운 눈물로 둥근 별을 벼리어,
다섯 서슬을 세워 밤하늘을 빛낼 줄 아는

빗변 같은 인간이 산다.

온몸으로 굽어가는 인간이 산다.


*지구영웅전설 : 박민규의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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