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센트도 없이,
땅을 보러 갔다
밭이 되었건, 산이 되었건
바람을 잘 막고 물이 좋게 흐르는 땅을 보러 갔었다
지난 해 아흔하나의 아비를 묻고
예순다섯의 한가위에는 손이 하나 더 늘어
일곱이나 거느린 고아 할아버지,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다가 어머니가 땅 이야기를 꺼내자
아버지를 닦달하던 금주(禁酒)에 대한 이야기가
간암에 묻혔는지 당뇨에 녹아났는지 땅에 눌리었는지
입 밖에 나온 말들을 딱딱하게 얼렸다
한가위 지나고, 서리가 내리고 나서도
96년식 엑센트를 끌고 땅을 보러 다녔다
서너 번 가고는
발가락이 두 개 잘려 다리가 퉁퉁 부은 아버지와
시내 교차로 한복판에서 숨을 헐떡거리다 퍼져버린 엑센트를 두고
십자로 한복판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온갖 종족들이 엑센트를 향해
애도의 경적을 울려대고
가장 긴 애도를 표한 견인차가 엑센트를 끌고 가버렸다
끌려가는 뒷모습에서
아버지의 이른 나이테가 비상으로 껌벅, 껌벅거리고
아버지의 악센트를 어디에 언제 두어야 하는지 잘 몰라
악센트도 없이, 한참을 기우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