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대부황금로

sihatogak 2016. 9. 2. 12:11

대부황금로*

 

 

 

 

꽁지를 내빼는 게 아니라 무릅쓰는 것

얼음 아래로 단호히 물질하는 청둥오리가 그렇다

바람을 등지는 게 아니라 맞서는 것

얼음 위로 숙연히 엎드린 큰고니가 그렇다

 

떼로 직면한 오늘 그들이

무릅쓰고 맞서서 내어주려는 것은

먹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물의 깊이를 가늠하고 바람에 귀 기울이는 것

 

가르치는 것은 그렇다

직면하는 것

 

조력발전이 아니라 풍력발전처럼

온몸으로 끌어안는 중력처럼

젖은 깃과 시린 등을 가진 날것들을

끌어당겨 놓아주는 힘

 

함부로 용기에 대해 말하지 말자

 

외면하는 게 아니라 눈을 씻는 것

죽지에 고개 묻은 흰뺨검둥오리가 그렇다

 

똑똑히 보고 고개 돌려 눈을 훔치고 있다

 

시인하는 것이다

공감하는 것이다

부려 쓰는 힘이 아니라 공들이는 힘

들어주고 또 들어주는 게 힘의 본령이듯

 

검은 뺨이 흰 뺨이 되도록 적시는

적셔 부빌 줄 아는

날개 날개들처럼

 

 

* 시화방조제 도로명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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