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인부들이 먼저 와 기다렸다
별이 너무 많아 어두웠으므로
우리들도 기다려야 했다
형이 첫삽을 뜨자 어둠이 물러섰고
삽들이 일어나 떼를 떠냈다
발가락이 시린 나는 땔감을 날랐고
흙에서는 땅김이 올랐다
아버지는 깊었다
삽들이 고봉밥을 다 퍼먹자
이등병처럼 바짝 언 아버지가 올라왔다
해진 옷이 살을 붙들고 있었다
숟가락 없이 찬밥을 오물거리고 있는지
생쌀 넣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빈 자리를
끝내 만지지 못했다
로드롤러에 눌려 길이 된 발가락은
돌아오지 못했다
짝짝이로 닳은 망고무신도
이곳까지는 오지 못했다
절뚝절뚝 이곳을 건너가는 냄새가 엎질러졌다
삽을 너무 헐하게 불렀다는 생각을 했다
삽들이 맨손으로 옷을 덧입혔다
형은 산에 술을 뿌리고
이글거리는 숯들을 구덩이에 쏟아부었다
불꽃이 일었다
불콰해진 진달래가
뜰 밥 없는 숟가락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청명과 한식 사이
땔감이 반나마 남았는데도
아버지와 산을 내려가는 내내 발가락이 시렸다
마지막이 내내 지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