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악센트도 없이,(개작)

sihatogak 2008. 10. 16. 16:09

악센트도 없이,

 

 

 

 

 

땅을 보러 다녔네 아버지를

모시고, 틈틈이 병원을 다녔네

병원에서는 배산임수 배산임수 소리가 들렸네

사고로 한쪽 발이 잘려나가자 피가 의학의 힘으로 말했네

간암에 당뇨입니다.

돌아다닌 곳마다 좌청룡우백호가 있었네

 

 

온가족이 모여 식사를 했네

어머니가 깊은 목구멍으로부터 길어 올린 땅이라는 말에

아버지를 닦달하던 입밖에 나온 말들이

딱딱하게 얼었네

식탁위에 가족들의 눈깔들이 굴러다녔네

 

 

식탁위에도 서리가 내리고

오래된 엑센트를 끌고 또 땅을 보러 갔네

발목 없는 다리가 퉁퉁 부은 아버지와

숨을 헐떡거리다 퍼져버린 엑센트를

시내 십자로 한복판에 두고 어찌할 바를 몰랐네

 

 

온갖 종족들이 엑센트를 향해 애도의 경적을 울려댔네

가장 긴 애도를 표한 견인차가 엑센트를 끌고 가버렸네

끌려가는 뒷모습에서

아버지의 이른 나이테가 비상으로 껌벅, 껌벅, 거리고

아버지의 악센트를 어디에 언제 두어야 하는지 잘 몰라

악센트도 없이, 한참을 기우뚱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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