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오줌

sihatogak 2007. 7. 26. 18:38
 

오줌


한복을 곱게 입으신 채

아버지는 누워 계셨다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전화

수업 중에도 전화를 몸에 지녀라

다시 십 분만의 전화

아무래도 와야겠다는 전언

아내와 함께 식솔을 챙긴다

하나는 손을 잡고 하나는 안고 하나는 태중인 채로

착 가라앉아서 본가로 향한다

이따금 숨을 주름처럼 몰아쉬기는 하셨어도

내의를 입고 계셨던 때보다는

가볍고 따뜻한 모습으로 말씀이 없으셨다

특별한 날에만 입으셨던 옷

떠드는 아이들 소리에 아무 날도 아닌 것 같다

아버지가 한복을 벗으신 건

아직 당도하지 않은 가솔을 데리러 갔다가

한강철교를 건너 상도터널을 지날 무렵이었다

그때 왜 오줌이 마려운 건가

도착했을 때 나어린 조카들은 울고 있었고

화장실로 먼저 가 지퍼를 내린 나는

눈으로 볼일을 먼저 보았다

쉽게 입을 수도 없고 매듭을 풀어야 벗을 수 있는 옷

아버지도 어머니가 입혀주셔야 입는 옷

더는 추위와 힘과 부끄러움과는 상관이 없어서

연기처럼 아무데도 걸침이 없이

한복의 옥빛이 번진다

영안실에서 건을 쓴 나는

맨몸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를 뵌다

비로소 어머니의 짐작과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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