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한복을 곱게 입으신 채
아버지는 누워 계셨다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전화
수업 중에도 전화를 몸에 지녀라
다시 십 분만의 전화
아무래도 와야겠다는 전언
아내와 함께 식솔을 챙긴다
하나는 손을 잡고 하나는 안고 하나는 태중인 채로
착 가라앉아서 본가로 향한다
이따금 숨을 주름처럼 몰아쉬기는 하셨어도
내의를 입고 계셨던 때보다는
가볍고 따뜻한 모습으로 말씀이 없으셨다
특별한 날에만 입으셨던 옷
떠드는 아이들 소리에 아무 날도 아닌 것 같다
아버지가 한복을 벗으신 건
아직 당도하지 않은 가솔을 데리러 갔다가
한강철교를 건너 상도터널을 지날 무렵이었다
그때 왜 오줌이 마려운 건가
도착했을 때 나어린 조카들은 울고 있었고
화장실로 먼저 가 지퍼를 내린 나는
눈으로 볼일을 먼저 보았다
쉽게 입을 수도 없고 매듭을 풀어야 벗을 수 있는 옷
아버지도 어머니가 입혀주셔야 입는 옷
더는 추위와 힘과 부끄러움과는 상관이 없어서
연기처럼 아무데도 걸침이 없이
한복의 옥빛이 번진다
영안실에서 건을 쓴 나는
맨몸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를 뵌다
비로소 어머니의 짐작과 맞닥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