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하이웨이 금문교

sihatogak 2007. 9. 15. 11:21

하이웨이 금문교

 

 

짐승들도 살기 힘들기는 매 한가지

그나마 도회지에서 근근이 밥벌이라도 하는 비둘기들은

발가락이나 발목을 잘렸을 뿐

산에서는 더 이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도토리 몇 알만 달랑 들고 내려온 청솔모가

어제 아침에 청산가리를 마신 채로 발견되었다

그래도 비둘기는 살기가 힘들단다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

지난 봄에는 까치들끼리 집단 난투극을 벌이다

뒤늦게 터를 잡은 한 마리가 따돌림을 당하고는

결국 고압선에 올라가 죽고 말았다

오늘은 그 무리의 한 마리가 교실로 들이닥쳤다

배움이 없이는 터를 지키기도 힘든가보다

그래도 도회지는 나은 편이다

녀석들도 다들 도회의 삶에 적응한 탓이다

주말에 교외로 차를 몰아 달리다 보면

들고양이, 너구리, 고라니, 오소리

그 겁 많은 놈들이

차에 뛰어든다

저 살기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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