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01.08.21.
아주 오래 먼 길을 돌아 여기에 섰습니다.
항간엔 사랑도 썩으면 약이 된다는 삐라가 떠돌고
저만치 집이 보이는데도 길이 없던 시절을 지나
누구라도 좋으니 신원조회를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 하나 붙들고 섰던 날이
이제 어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동안, 여기로 올 동안
몇은 자기 집으로 갔고
그 나머지는 아직도 삐라를 줍고 있습니다.
불온한 전복
자기의 뜻을 몰래 전하고, 확연히 드러나게 하려던
그 지난 시절이 지금도 여전하지만
더러는 세월의 소인을 찍어 상자 깊숙이 넣어 놓고
더러는 잘못된 주소로 반송시키는데...
그 사람 이제 열정도 식은 채로 더위에 몸 달고
사는 게 모두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날이 언제까지 더울지는 아직 잘 모르고
안경 너머로의 세상이 도수에 잘 맞지 않아서
흐릿하지만 꺼려하는 기색도 없이
다시 돌아 돌아갑니다.
아직 집으로 가는 길을 알지는 못하지만
잘못 들었던 길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잘못 든 게 아니니까요.
신원조회를 하면 다 나올 길이건만
아직 조회를 요구하는 권력이 없습니다.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잘 모릅니다.
숨기는 게 없으므로 아직 잘 모릅니다.
몰라도 그만하면 됐습니다
아주 오래 먼 길을 돌아 여기에 섰습니다.
항간엔 사랑도 썩으면 약이 된다는 삐라가 떠돌고
저만치 집이 보이는데도 길이 없던 시절을 지나
누구라도 좋으니 신원조회를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 하나 붙들고 섰던 날이
이제 어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동안, 여기로 올 동안
몇은 자기 집으로 갔고
그 나머지는 아직도 삐라를 줍고 있습니다.
불온한 전복
자기의 뜻을 몰래 전하고, 확연히 드러나게 하려던
그 지난 시절이 지금도 여전하지만
더러는 세월의 소인을 찍어 상자 깊숙이 넣어 놓고
더러는 잘못된 주소로 반송시키는데...
그 사람 이제 열정도 식은 채로 더위에 몸 달고
사는 게 모두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날이 언제까지 더울지는 아직 잘 모르고
안경 너머로의 세상이 도수에 잘 맞지 않아서
흐릿하지만 꺼려하는 기색도 없이
다시 돌아 돌아갑니다.
아직 집으로 가는 길을 알지는 못하지만
잘못 들었던 길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잘못 든 게 아니니까요.
신원조회를 하면 다 나올 길이건만
아직 조회를 요구하는 권력이 없습니다.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잘 모릅니다.
숨기는 게 없으므로 아직 잘 모릅니다.
몰라도 그만하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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