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王 리-보통*
화성 보통리 저수지에 가면 리보통이라는 카페가 있다 먹고 마시다 오줌 누러 가면 화장실에 소변기는 없고 좌변기 위 타일벽에 <작은 일도 왕이 되어 앉아서>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조심하라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무시했다가 자리가 길어져서 왕은 좀 그렇고 해서 女王이 되었다 리보통이란 이름은 보통리를 거꾸로 한 이름인데 <왕>이란 활자 위에 새겨진 그럴싸한 왕관 문양처럼 거세가 참 간단하게 이루어진 셈이다
길어진 자리 일어서지 못하고 죽치고 앉아 있다 일어서면 비틀거리고 앉으면 안절부절 가지 못하는 길 이야기나 하다 경복궁도 도성도 내리 깔아 보다 죽은 왕 이야기나 하다 겨우 비틀거리며 꼴랑 집구석으로나 돌아온다
世宗路는 大王의 길이다 보통은 가기 힘든 그 길 1번지에 찻집도 술집도 밥집도 아닌 푸른 기와로 된 총독관사가 있다 <왕이 되어 앉아> 큰일 작은일 보는 그 기와 아래 볼일 본 치들 저마다 뒤처리 힘들어 서서 일 보지 않고 女王 리보통처럼 앉아 볼일을 본다 안 묻히려고 앉았을 텐데 앉아서 본 일은 뒤처리가 구리다는 사실을 매번 잊는다 그래서 天下第一福地**에서 설사로 똥오줌을 튀긴다 왕의 親耕地이기도 했던 그곳에서 기와를 인 기와장이를 구린내로 참 간단하게 내친 셈이다
오랑캐가 푸른 풀을 이고 있는 형국, 제일을 베어 天下荑一福地로 만든 셈이다
*리-보통(Ly-Botong) :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에 위치한 카페
**天下第一福地 : 조선총독부 자리의 청와대 관저 신축 당시 신축공사장 바로 뒤에 있는 바위에서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각자 표석이 발견되었는데 각자 중 ‘第’字가 ‘荑’字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