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어쩌지, 아니면

sihatogak 2010. 5. 3. 21:52

어쩌지, 아니면

 

 

 

얼굴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도

사랑 때문이라고 하기엔 웃긴 얘기

 

메울 수 없는 벌어진 틈

나중 가서 먼저 온, 아니면 먼저 가서 나중 온

 

칼 찬 순신이 늦게 온 세종에게

등을 보여주고 있는 건

든든함만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

 

칼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

사랑은 칼의 다른 이름

어긋난 표정들의 자리

 

만질 수 없는 거리의 등은

세종에겐 지전 밖으로 빠져나오는 세월보다

더 아득하기만 하지

 

순신의 녹슬어가는 두려움처럼

세종은 마음 한 점 뽑아들 수 없고

 

왕 없는 궁 지키는 무장처럼

등 돌릴 수 없는 신하의 등 바라보는 임금처럼

지전에 갇혀 이놈도 한번 저년도 한번 만져보는

홍어 거시기 같은 사랑

 

허물어진 순신의 바깥 얼굴을 들여다보는

세종의 안은 어떨까 생각해보는데도

아직 순신의 얼굴은 근대적이질 못하고

아니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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