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아니면
얼굴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도
사랑 때문이라고 하기엔 웃긴 얘기
메울 수 없는 벌어진 틈
나중 가서 먼저 온, 아니면 먼저 가서 나중 온
칼 찬 순신이 늦게 온 세종에게
등을 보여주고 있는 건
든든함만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
칼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
사랑은 칼의 다른 이름
어긋난 표정들의 자리
만질 수 없는 거리의 등은
세종에겐 지전 밖으로 빠져나오는 세월보다
더 아득하기만 하지
순신의 녹슬어가는 두려움처럼
세종은 마음 한 점 뽑아들 수 없고
왕 없는 궁 지키는 무장처럼
등 돌릴 수 없는 신하의 등 바라보는 임금처럼
지전에 갇혀 이놈도 한번 저년도 한번 만져보는
홍어 거시기 같은 사랑
허물어진 순신의 바깥 얼굴을 들여다보는
세종의 안은 어떨까 생각해보는데도
아직 순신의 얼굴은 근대적이질 못하고
아니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