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나머지 것들

sihatogak 2008. 6. 17. 09:23
 

나머지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다

시를 쓸 때 생은 은어빛이다

그리고는 나머지다

내가 쓴 시를 나머지가 갈기갈기 찢어버릴 때 나는 아프다

더 아픈 것은 시가 쓰이지 않을 때다

그 때는 나머지도 없다

내가 좋은 시를 썼을 때는

나머지도 다 시가 된다

화장실 더러운 바닥도

술값 잘 내주는 문미향 선생도

나와 잘 놀아주는 시하도 윤검도 시엔도

숙취도 한약도 죽은 아버지도 청바지도 노숙자도

모두 좋아하는 것이 된다

열거가 된다

문제는 나머지가 쉽게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인데

내 안에 나머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내 안에 퍼 넣은 것들이 다 시로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분명 아닐 텐데도 나머지가 있을 텐데도

나머지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

시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시가 보이지 않을 때

나머지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머지 것들이 덩어리처럼 보일 때

나를 앞으로 던지면 열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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