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다
시를 쓸 때 생은 은어빛이다
그리고는 나머지다
내가 쓴 시를 나머지가 갈기갈기 찢어버릴 때 나는 아프다
더 아픈 것은 시가 쓰이지 않을 때다
그 때는 나머지도 없다
내가 좋은 시를 썼을 때는
나머지도 다 시가 된다
화장실 더러운 바닥도
술값 잘 내주는 문미향 선생도
나와 잘 놀아주는 시하도 윤검도 시엔도
숙취도 한약도 죽은 아버지도 청바지도 노숙자도
모두 좋아하는 것이 된다
열거가 된다
문제는 나머지가 쉽게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인데
내 안에 나머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내 안에 퍼 넣은 것들이 다 시로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분명 아닐 텐데도 나머지가 있을 텐데도
나머지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
시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시가 보이지 않을 때
나머지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머지 것들이 덩어리처럼 보일 때
나를 앞으로 던지면 열거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