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浮石死

sihatogak 2005. 7. 3. 22:48
浮石死                      05.05.28.


떠 있는 걸로 이름난 고을, 영주
문상을 마치고 오르는 늦은 귀가
농익어 기우는 달, 서울까지 따르는데
한 가장은 트랙터를 떠받친 고인돌이 되어
이른 천국으로 가는 급행에 올랐다.

이른 새벽, 사과에 돌돌 사무친 가장 하나,
늘 다니던 오르막에서
잔뜩 기름 먹인 충직한 개, 주인을 덮쳤다.

각개전투라도 막 끝난 듯한 군복의 상주는
아비의 천국행 특실을 잡을 겨를도 없이
돌이 올려진 아비의 등짝 능금빛 문양을 보고
팽팽히 당겨진 시위를 놓는 중이었을까
얼마나 되는 기둥이어야 돌을 올릴까

엎드린 돌이 되고도 아비는 열매가 되지 못하고
밭에 엎드려 흘레라도 붙고 계신지
꽃 피다 만 색시, 영주의 흙가슴을 끌어안고
영주는 처용 마누라마냥 등짝에 검붉은 꽃문양을 남겼다.

얼마나 되는 죽음이 삶을 밀어 올릴까
가도가도 따라오는 저 달년의 서러움은 한 냥이나 되는지,
얼마나 되는 사랑이면 뜨고도 못 오르는 돌이 될까

'성률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당수  (0) 2005.07.03
호랑이를 기다리며  (0) 2005.07.03
겨울밤  (0) 2005.07.03
마라톤  (0) 2005.07.03
대보름  (0) 200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