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중세의 반도

sihatogak 2020. 1. 31. 11:15

중세의 반도

 

 

 

요하네스 축제에 불붙이러 가자

 

가서 슬픔을 발가벗겨 절벽에 세워두고 기름을 끼얹자 미쳐 나자빠질 때까지 불구가 될 때까지 발바닥으로 핥아주자 벼랑을 기어오르는 슬픔들이 발바닥을 핥게 하자 절벽 앞에서 숨 고르는 미개한 것들에게 기름을 부어주자 지지위부지부지위지지

 

직선의 쪼가리들을 이어 붙여 만든 곶 멸시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곶 야만과 추악이 피보나치수열처럼 황금비율로 넘쳐나는 반도에 불붙이러 가자

 

차별을 주식으로 하고 간식으로 차별을 더 곁들일 줄 아는 그곳에 가면 너 대신 목을 매고 너 대신 옷을 벗고 너 대신 불 위에서 춤을 춰준다 하니 가서 모든 분노를 깔아뭉개고 적나라하고 은밀하게 기름 부어 불을 붙이자 손에 손을 잡고 현란한 스텝을 밟자

 

직선으로도 나아가지 않는 곶 야만의 쟁탈전이 펼쳐지는 곶 멸시와 증오가 우리를 배부르게 할지니 갸르릉 불처럼 치솟아 갸르릉 물처럼 떨어지는 벼랑으로 춤추러 가자

 

무력한 평등과 평화를 건너 열두 마리의 고양이를 잡으러 가자 남은 고양이가 더는 없다면 여우라도 잡아서 광기를 더하자 신도 축제에 오려고 거울을 보고 있다고 하니 옷매무새는 그만 만지고 서둘러 가서 춤을 춰주자 지지위부지부지위지지

 

중세의 반도에 우리 춤추러 가자

 

*요하네스 축제 : 고양이 화형식을 했던 중세의 축제. 불을 붙이는 영광은 주로 왕에게 주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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