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손님

sihatogak 2006. 12. 1. 12:01

손님



자정이 넘어야 온다는 손님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밑을 씻은 여자들이 바쁘다
주안상에 벌여 놓을 비린내 짠내 단내 햇내를
땀내에 섞어 찌고 무치고 부치고 씻는다
먹 대신 모나미 붓펜으로 단골손님들에게 초청장을 쓴다
대문을 열어젖히고 창문도 열어 놓고
행여 다른 집으로 갈까 향 피워 올리고
촛불도 밝혀 놓는다
오래 이 집의 주인이었던 손님
드디어 쌀을 밟고 들어오신다
발자국이 네 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술 한 잔 올리고 절 한 자리
젓가락을 튕겨 홍동백서에서 어동육서로 가락을 옮기고
다시 술 한 잔 절 한 자리
손님을 열쯤은 받아야 손님이 되는 우리는
넙죽 넙죽 엎드린다
아버지가 드러눕고 더는 손님을 받지 못하자
손님들이 손님을 받을 준비로 바쁘다
이제 아버지의 초청장을 준비해야 한다
아버지의 발자국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