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우동

sihatogak 2006. 9. 7. 08:25
 

우동



몸 달은 귀뚜라미 노랫가락에

뚝뚝 한밤중이 끊어지는 날

사거리 불면의 사내에게 간다

하얗고 긴 그의 밤을 맛보러 간다

술집에서 끌려나온 취기와

아파트에서 흘러나온 잠 한 자락을

달리지 않는 마차의 아랫배에 잘 반죽한 맛

우동 하나에 단무지

불면의 밤을 담보로 한 한밤의 레이스

포장 안에서 왁자하게 배팅을 한다

사거리 불면의 십자가에

껌벅이는 주황불로 못 박힌 사내의 마차는

말 없는 포커페이스

한 번 먹고 나면 스러지는 성기처럼

한 그릇만 구걸하면 충분한,

밀밭으로 모여 삶을 쳐댄다

잘 쳐댄 잠 한 그릇에

사내는 가지고 있는 패를 탁자에 내려 놓는다

우동 한 그릇, 단무지 한 종지

이 패로 불면을 치료할 수 있을까

세상은 붉은 등과 푸른 등만으로 달릴 수 없는데

설 수도 갈 수도 없이 붉음과 푸름 사이에 갇힌 마차는

밀과 무로 말들을 먹이며

우동과 단무지만으로 사거리에서 세상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