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마라톤
sihatogak
2005. 7. 3. 22:46
마라톤
-05.03.24.
서기 2005년 어느 봄날
사랑도 못하는 내게 식구가 늘어
십자가 아래로 거처를 옮겼다.
내 곁에 남은 인류라고는
도시가스와 형광빛과 디지털 숫자들뿐인데
사냥을 한답시고 홀로 남아서
굽지도 못하는 걸 잡아 놓고는
밤새 십자가 네온불빛 아래에서 궁리를 한다.
나보다 더 아래층의 예수란 이는
이제 그만 사냥을 끝내라고
남은 인류를 모아서 집단무요를 부르고
세상에 구울 수 있는 사냥감은
세랭게티나 아마존에도 더는 없어서
닭장과 비닐하우스와 수족관만이
내 궁리의 이유가 된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고는
검은 안개와 직립보행의 파도와 직선의 숲을 뒤져도
이마에는 몇 개의 번호와 숫자의 나열뿐,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냥을 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냥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바늘침 같은 단검과 창을 들고서
아마존이나 세랭게티 평원을 뛰고 또 뛰어야 하는데
생을 다하고 가는 목숨이 적어질수록
우리가 뛰어야 할 곳이 적어질수록
십자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지구력이라는 그 힘이 그리워진다
서기 2005년 어느 봄날
사랑도 못하는 내게 식구가 늘어
십자가 아래로 거처를 옮겼다.
내 곁에 남은 인류라고는
도시가스와 형광빛과 디지털 숫자들뿐인데
사냥을 한답시고 홀로 남아서
굽지도 못하는 걸 잡아 놓고는
밤새 십자가 네온불빛 아래에서 궁리를 한다.
나보다 더 아래층의 예수란 이는
이제 그만 사냥을 끝내라고
남은 인류를 모아서 집단무요를 부르고
세상에 구울 수 있는 사냥감은
세랭게티나 아마존에도 더는 없어서
닭장과 비닐하우스와 수족관만이
내 궁리의 이유가 된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고는
검은 안개와 직립보행의 파도와 직선의 숲을 뒤져도
이마에는 몇 개의 번호와 숫자의 나열뿐,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냥을 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냥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바늘침 같은 단검과 창을 들고서
아마존이나 세랭게티 평원을 뛰고 또 뛰어야 하는데
생을 다하고 가는 목숨이 적어질수록
우리가 뛰어야 할 곳이 적어질수록
십자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지구력이라는 그 힘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