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죽순

sihatogak 2005. 7. 3. 22:28

죽순                    -03.06.23.

 

 

시하가 기는 걸 처음 본다. 배로 긴다. 아내가 아직 학교 공부가 덜 끝나서 시하는 몸이 불편한 처제 몫이 되었다. 가끔 건너 뛰기도 하는 주말, 이번 주는 녀석 긴다는 소리에 건너 뛰지 않고 왔다. 처제는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이 고생이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봐주셨는데, 뼈마디마디 성한 데가 없어서 늙어가시는 어머니 서운케 해드리고 어려서부터 아픈 큰처제에게 맡기게 됐다. 처음이라 그런지 모두 서툴고 아팠다.

어머니 신경통에 대뿌리랑 죽순이 좋다하여 오십견 때문에 밤잠 못이루시는 장인 어른을 앞세우고 대숲으로 갔다. 장인은 유월도 말경인데 용케 죽순이 솟는 응달진 대숲을 아셨다. 뼈마디에 좋다 하는 것들은 대체로 마디가 많다. 대나무, 지네, 지렁이... 장모는 병이 깊으면 약도 많단다 하신다.

죽순 나는 자리에 지푸라기들이 썩는데 그 안에 지렁이 천지다. 땅이 잘 삭고 있어서 죽순이 늦게도 자랄 수 있었나 보다. 다리에 흰 줄무늬를 가진 산모기가 반바지 밖으로 드러난 다리에 수많은 봉분을 만들고는 벌겋게 울렸다.

잡수고 나으셔야 할텐데, 그래야 아내의 공부가 끝나면 좀 봐주실텐데 하고 셈을 한다. 얕은, 그래서 약은 셈을 한다. 처제도 셈을 아주 잘 하려 한다. 셈을 잘 하려 하는 사람들이 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셈은 셈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셈이다.

죽순을 두 마디에서부터 열 마디 넘는 것까지 여러 대를 캤다. 어머니 뼈마디만큼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 처제는 아픈 지 오래되었는데 왜 약이 없는 걸까? 장모님은 아무래도 크게 잘못 알고 계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