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및 칼럼

맹자가 말하는 농단

sihatogak 2016. 11. 2. 11:09

<맹자>, 공손추 하, 4-10 이익을 농단함

 

  맹자가 객경의 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왕이 가서 맹자를 만나고서 말했다.

  "예전부터 선생을 뵙기를 바랐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다가 선생을 모셔 함께 조정에 있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제 과인을 버리고 돌아가신다니,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을런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감히 그렇게 해달라고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정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훗날에 왕이 신하인 시자에게 말했다.

  "나는 나라의 한 가운데에다 집을 마련해 주고 만종의 녹을 지급해 제자들을 기르게 하며, 여러 대부와 나라 사람들이 모두 맹자를 존경하고 본받게 하려고 한다. 그대는 어째서 나를 위해 맹자에게 그 말을 해주지 않는가?"

  시자는 진진을 통해 맹자에게 알리게 했고, 진진은 시자의 말을 맹자에게 아뢰었다.

  맹자가 말했다.

  "그런가? 시자같은 자가 어찌 그것이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가령 내가 부유해지기를 원했다면 십만 종의 녹을 사양하고서 만종의 녹을 받는 것이 부유해지기를 원하는 것이겠는가? 계손이 이런 말을 했다. '자숙의는 정말 이상하구나. 자신이 정사를 맡아 행하려고 했다가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만 두어야 하는데도, 또 자기 제자들을 경이 되게 하는구나. 사람이 누군들 부귀해지기를 원하지 않겠는가마는 유독 부귀 가운데서 높은 곳을 혼자 차지하려는 자가 있다.'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하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과 맞바꾸는 것이었고, 시장을 맡은 관리는 그것을 감독할 뿐이었다. 그런데 한 천한 사내가 있어서 반드시 사방이 훤히 보이는 높은 곳(농단)을 찾아 올라가서는 좌우로 둘러보고서 시장의 이익을 그물질 하듯 싹 거둬가버리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천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였다. 시장에서의 교역에 대한 세금의 징수는 이 천한 사내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출처 - <맹자>, 박경환 옮김, 홍익출판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