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가끔은 두꺼비집을 내리고
sihatogak
2016. 9. 2. 12:02
가끔은 두꺼비집을 내리고
온몸이 귀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다 귀가 되었다 봄에 울던 귀가 입동이 지나도록 울었고 이상한 소문이 자꾸 들리는 귀가 이상했다 들렸는데 들리지 않았다 머리칼이 잘리고 전신마취를 당했다 뼈에서 고름을 긁어냈다고 했다 다 잘 될 거라 했다 귀를 국가가 관리해주었다 다 잘 들릴 거라 했다 들리지 않았는데 들렸다
그 뒤로도 온종일 귀가 제 위치를 쉼 없이 알려왔다 손톱 밑이나 복사뼈에 머물기도 했고 무릎이나 이마를 짚기도 했지만 더러 몸 밖으로 나갔다오기도 했다
온갖 말들의 은신처가 된 귀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그 해는 왕이 곳곳에서 출몰하던 해이기도 했다 집사네 집에 며칠 들렀다고도 했고 집달리가 여럿이라고도 했는데 가끔은 민가의 두꺼비집을 내리고 마술을 부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온몸을 다 들은 귀가 해를 넘기고도 온몸을 다 떠벌리고 다닌다는 말들이 우박처럼 튀어 올랐지만 왕가의 두꺼비집에 물 뿌린 이가 누구인지 끝내 관가에서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어둠이 귀가 커질 대로 커져서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다는 소문이 거리마다 흉흉했다 어디고 할 것 없이 귀가 큰 밤이 굴러다녔고 밤새 삐라를 줍는 귀먹은 늙은이들이 점점 늘어만 갔다 삐라는 건배사처럼 모호한 말을 남긴 채 뿔뿔이 흩어졌고 귀가 큰 밤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