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처제의 문장
sihatogak
2014. 10. 8. 12:38
처제의 문장
월경 시작 후 14일째 체온 37도일 때 가능,
이라는 문장 끝에
가능이라는 말이 전생을 다해 빌고 있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필체로
서른일곱 해 끌고 온 헝겊 같은 몸에
달을 다 못 채운 첫아이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
보름을 못 넘겼다
딸 다섯에 둘째로
멀쩡한 조카 일곱을 보고 시집가서 쉬이 서운해 않던 그녀가
추석 명절 자기 부부만 덩그마니 남겨놓고
외식 갔다 달빛 밟으며 돌아온 가족들이 서운해
한밤에 백 리나 떨어진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기에
그 밤으로 내리 달려 간 뇌성마비장애 처제네 집
탁상용 달력에 7월부터 9월까지 빨간색으로 크게 써놓은 문장이
뜨악하게, 지난여름 더위를 이마에 불러냈다
처제의 글씨는
마른 땅에 지렁이처럼 10월로
기어 넘어 가고 있었는데
음력 팔월 보름 오늘 날짜에 빨강 달무리가 비췄다
그녀의 이모작 파종날 밤
밤을 밀며 별똥별들이 한꺼번에 눈썹 사이로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