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중이염

sihatogak 2014. 10. 8. 12:36

중이염

 

 

 

귀가 운다

누가 귀를 아프게 하나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이 시비를 걸고 있나

누가 귓바퀴를 쥐어잡고 돌렸다 멈췄다 하나

성한 왼쪽 귓바퀴를 굴려

볕 밝은 담양호를 읽어 내려가는 29번 도로에

길 건너다 만 노파 하나

웃는 듯 우는 듯 서서 손짓하나

차 세워 건너라 손짓하니

담양 읍내 간다 하나

안 간다 하니 가는 곳까지만 데려달라 하나

자리 없다 손사래 치니

텅 빈 차 안을 휘둘러보고 잠긴 차문을 열려하나

도무지 말이 들리지 않아 악다구니처럼 떼를 쓰나

누구인가 내게 이명처럼 노파를 보내신 이

노파는 읍내에 볼 일 있는 게 아니라

온몸이 귀가 된 내게 볼 일이 있는 듯하고

태우지도 않은 노파의 귀엣말은 왜 자꾸 먹먹히 들리나

댓바람 소리에 귀는 이 먼 곳까지 끌려왔는지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누가 부러 넣고 있나

누가 내 오른 귀에 번쩍거리는 윤슬을 꾸역꾸역 밀어 넣나

아가리 쩍 벌린 불꽃들은 귀 안에서 날름날름 침을 흘리고

귀처럼 짓물러 터진 누가 아프다고 내게 자꾸 말을 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