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꽃다발

sihatogak 2012. 10. 24. 23:18

꽃다발

 

 

 

찬찬한 찰나

저무는 얼굴

 

꽃으로도 건들지 말라는 덕지덕지 꽃 박은 얼굴

들어 시속 삼 미터로 내 눈길을 당겼지 아마

 

너의 꽃들과는 다른 얼굴 돌려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찰나였는데

네가 일 미터를 오고 말았지

 

정작 중요한 게 뭔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거짓말처럼 그리고 너처럼

너는 미안해하지 말라 한 것도 같은데

 

소비적인 천천히 소비적인 네가 좋다고 대꾸했을 뿐

주로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예약이나 해 놓은 듯

네 이마의 꽃단추를 하나씩 풀며

속으로 하나씩 하나씩 뭔가를 지껄이면서

너는 어디서 사랑을 나눌까 하는 그때

 

네가 또 일 미터를 갸르릉거려 멀미가 났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네 눈꽃다발 흔들렸고

가고 오지 않는 사랑의 시작은

어디가 아니라 누구라는 듯

꽃다발 잠시 헝클어지는가 싶더니

나머지 일 미터가 움직이는 동안

사방에서 꽃다발 어슬렁거렸지

 

세상의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운 꽃다발 하나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어

찬찬하게 얼굴 하나 또 저물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