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水夫의 告白」 - 서정주
「어느 늙은 水夫의 告白」 - 서정주
바다를 못 당할 强敵으로만 느끼고
살살살살 간사스레 航行하는 者들,
바다를 富者집 곡간으로만 여기어
좀도적 배포로만 기웃거리고 다니는 者들,
또는 별을 어깨에 다섯쯤이나 달고도
海神에게 挑戰이나 일삼는 蠻勇 將軍도
바다에 끝까지 이기지는 못 한다.
앙리 룻소의 달밤 沙漠의 짚씨가
달려오는 獅子를 달래 맨도린을 울리듯
먼저 한자루의 피리를 마음속에 지니고
나는 바다에 떴다.
바다도 잠 재운다는 저 옛날부터의 피리 소리로…….
그러고 내가 한 것은
바다의 神의 一族 가운데서도
그 主人이나 마누라를 직접 서뿔리 느물거리지 않고
간접으로 그 딸의 로맨틱한 마음을 사려
연거푸 연거푸 내 마음 속 피리를 불고,
그래 나는 내 마음 속 더 으슥한데 감춘
한 개의 純金반지를 그녀 약손가락에 끼우는 데 성공했다.
바다의 어느 部分이 그 바다의 딸의 약손가락이냐고?
그것은 묻지 마라.
바다에 엔간히만 정말 친한 水夫도
그만큼은 두루 다 잘 가남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낀 반지의 빛을 信號로 다녔을 뿐이고,
내가 바다에서 거두어 온 것이란
모조리 그녀의 손이 먼저 닿은 것뿐이다.
이렇게 나는 바다에서 뺏거나 훔친 것이 아니라
늘 항상 은근히 얻으며 살아 왔으니
이 앞으로도 끝까지 또 그럴 것이다.
미당의 시 쓰는 자세
늙은 수부가 바다에서 고백을 한다. 늙은 수부에게 바다가 삶의 터전이듯, 시인에게 세상은 시의 시공간이다. 시인은 그 세상을 읽어내듯이 수부는 바다를 읽어내야 한다. 수부는 바다를 강적으로 느끼고 간사스레 건너지도, 부잣집 곳간으로 여기지도, 만용을 부리지도 않는다. 대신 한 자루의 마음속에 지닌 피리를 들고 바다의 주인이나 그 마누라를 직접 달래지 않고, 간접적으로 그들의 딸을 달랜다. 그리고는 더 으슥한 마음속에 감추어둔 순금반지를 약지손가락에 끼운다.
뭇사람들이 묻는다. 어디서 어떻게 고기를 잡느냐고? 수부가 답한다. 어지간히 바다와 친하면 다 가늠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도 한마디 묻는다. 시의 매듭을 어디에서 어떻게 지었느냐고? 미당이 답한다. 그녀의 손이 먼저 닿은 것뿐, 뺏거나 훔친 것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러나 어쩌랴. 미당이 스스로를 從天順日派라 했으니, 종천순일파라, 하늘 같은 일본에 순종하는 부류라니……. 늙은 수부를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