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리스본행 야간열차'
‘힘 빼고 쓴 힘’
황인숙의 『리스본行 야간열차』를 읽고
황인숙의 시집 『리스본行 야간열차』를 읽고 “‘힘 빼고 쓰는 힘’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도 않고 보이는 것 느끼는 것 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웃음소리에 깨어나리라’는 서시격으로 제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쪽 생각에서 저쪽 생각으로”의 옮김이 신선하고 좋았다. ‘산오름’은 “산을 오르는 법에 대한 평범한 진리”를, ‘매트릭스 2004-李箱풍으로’는 “가상공간과도 같은 2004년의 풍경을 한 아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소쿠리 가득 봄볕이’에서는 “할머니의 식단 준비에 대한 소묘”를, ‘無言歌’에서는 “잠결의 자명종 소리”를, ‘장마’에서는 “공치는 날 공치지 않으려는 폐지 모으는 할머니의 삶”을 장마라는 배경 설정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여름이 오고 있고나’에서는 “초여름 장미 개화하다”라는 이야기를, ‘그 참 견고한 외계’에서는 “‘내’가 섞이지 않는 건 아닐까? 곧 ‘내’가 ‘외계’가 아닐까? 견고한?”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붕 위에서’에서는 “지붕 위의 관찰자 고양이”를, ‘낮잠’에서는 “낮잠을 들여다 보다”를, ‘해방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이국) 생활”을, ‘여름 저녁’에서는 “조금쯤 바람 빠진 듯 맥없이 부푼 삶”을, ‘오후 세 시의 식사’에서는 “중년의 세상과 등돌린 식사”를,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의 뜰’은 “사다리 뜰의 풍경”을, ‘파두-리스본行 야간열차’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부풀어 오르고 탱탱해지는 방광 같은 삶의 여정”을, ‘파두-Dear Johnny’에서는 “리스본 여행 중 파두를 들으면서 숙명이라는 말에는 기쁨이 없다는 깨달음”을, ‘골목쟁이’에서는 “외로움에 대한 골몰”을 ‘파두-비바, 알파마!’에서는 “‘다시 오를 길이라면 내려가지 말자’라고 하지만 오히려 ‘다시 올라야 할 길이라면 얼마든지 내려가자’”라고 들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 ‘고양이들과 보내는 한 철’은 “먹이를 주어야 하는 구조는 외면하고 ‘저리 가’라든지 시혜적인 태도는 좀 소녀적 발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공간을 달리는 오토바이’는 “폭주족처럼 내달리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는 있지만 그곳이 운동장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화자는 꽃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알 수 없어요’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과, 간절할 때 떠오르는 무엇”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고독한 HD’는 “일상적 삶”을 ‘視線의 무게’에서는 “죽음의 무게”를, ‘病棟의 비’에서는 “삶에 대한 애착”을 ‘가을날’에서는 “‘죽음’의 모습에 대한 바람”을, ‘라이프 캐스팅’에서는 “가끔씩 달아오르는 삶의 鑄造”를, ‘유령’에서는 “피살의 순간 유령과의 조우”를, ‘<손대지 마시오>’에서는 “지나가는 것에 대한 내버려둠”을, ‘카페 마리안느’에서는 “자신의 현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repeat’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삶, 혹은 청춘”을, ‘흐린 날’에서는 “‘단 한번’이 주는 생각”을, ‘버지니아 울프’에서는 “피안에 대한 궁금”을, ‘부글거리는 유리병 속 물’에서는 “헤어진 친구나 토라진 아이, 방치된 화분 등을 우연찮게 볼 때, 독하게 잘 있다가도 관심을 가져주면 무너지는, 약해지는 것들이 있다. 관심을 가져주는 주체의 시각이라기보다는 ‘恨’ 풀이라고 보아야 될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부글거리고’ 있었니?”를 이야기 하고 있다. ‘묵지룩히 눈이 올 듯한 밤’에서는 “그만그만한 슬픈 삶”을, ‘봄 캐는 여자’에서는 “봄풍경”을, ‘하늘꽃’에서는 “눈내리는 날”을, ‘란아, 내 고양이었던’에서는 “이윤학의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와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떠오르게 하는 분위기”를, ‘알쏭달쏭한 詩’에서는 “소통하고자 하던 시절”을, ‘spleen’에서는 “울화통도 우울도 없이 특별할 것도 없는 떨어지는 일상”을, ‘지하철에서’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소박한 욕망”을, ‘세상의 모든 비탈’에서는 “주어졌을 때 행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生”을, ‘럭셔리한 그녀’에서는 “럭셔리하지 않은, 럭셔리한 척! 해야만 하는 그녀”를, ‘입장과 방향’에서는 “이 세상 어딘건 어느 쪽인가의 반대쪽”이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지하철의 詩’에서는 “누가 진짜인가? 돌리는 자, 받은 자, 주는 자, 안 주는 자”를, ‘詩와 고양이와 나’에서는 “밥이 되는 것과 밥이 되지 못하는 것의 구분”을, ‘아무도 아닌 사람’에서는 “부모를 그리워함”을, ‘깊은 졸음’에서는 “졸음에 겨워 듣는 빗소리에 대한 상념”을, ‘르네 마그리트’에서는 “우리에게 전달되는 일상의 우편”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