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면천지

sihatogak 2007. 11. 21. 07:57
 

면천지

 

 

 

충남 당진의 면천지에서 좌대를 타고 영화를 본다

밤이 되면 거울면처럼 미동도 없는 검은 스크린

캐미라이트로 시작되는 영화를 본다

 

실밥을 머리에 이고 밤늦게 돌아오는 엄마

양손에 들린 연탄 넉 장, 클로즈업 되는 노끈

손 시린 길이 굽은 산동네로 힘겹게 올라

달궈진 연탄집게로 노끈을 끊을 때

 

울컥,

찌가 올라와 필름을 끊는다

 

다시 떡밥과 지렁이를 매달아 던지면

파문을 일으키며 내려가서는

 

절임탱크 안에서 단무지를 밟느라 들락날락하는 아버지 얼굴

한 손에 들린 검정비닐봉지, 딸그락거리는 유리병 소리

잘생긴 얼굴이 누렇게 산 위의 달로 올라

꿈틀대고 풀리면서 스크린을 들락거린다

 

물었다,

스크린이 발버둥친다

영화는 밤새 필름이 몇 번 끊겼다 이어진다

 

저 하늘면 밖에서 누가 영화를 관람 중인가

하늘에 떠 있는 총총한 캐미라이트

 

오버랩 되는 안개 서서히 페이드인 되면서

물살이 엔딩크레딧 되는 찰나

덥석, 누군가 샛별을 물고

스크린 밖으로 면천한다

누가 저 밖의 필름을 끊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