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이마트에서 수박 사기(개작)
sihatogak
2007. 10. 22. 08:18
이마트에서 수박 사기
수박을 두드려본다
부리로 난생(卵生)을 두드리듯
한세상을 헛기침으로 두들기듯
수박의 일생과 교신을 시도해본다
자라가 토끼를 떠보듯
속내를 떠보기도 하지만
집에 와서 칼을 대면 잘못 짚었다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아도 모르는데
하물며 내가 낳은 것이 아니고
내 소관이 아닌
다음 生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신호는 보내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고
배꼽 떨어진 놈은 눈에 들지도 않고
목탁을 밤낮으로 두들기는 스님도
미혹함을 다 떨쳐내지 못해 정진하는데
하릴없이 먹은 것 쏟아내려 등 두들기는 취한 놈이
어찌 알랴
잔을 높이 부딪쳐도 세상은 혼몽하기만 하고
그렇게 부딪치며 몸 섞은 마누라 속도 모르는데
전국 매출 1위의 이마트에서 수박 하나 사기란
그 많은 진열된 상품 중에서 내게 필요한 걸 고르는 일보다도
더 버거운 일이다
나무아미줄탁 관세음줄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