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오줌(개작)
sihatogak
2007. 10. 2. 09:05
오줌
한복을 입으신 채
아버지는 누워 계셨다
고왔다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무래도로 시작한 아침의 전언
곧이어 수건에 물을 적셨을 것이다
한복을 입히면서
첫날밤 족두리처럼 떨렸을 것이다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금 숨을 주름처럼 몰아쉬기는 하셨어도
내의를 입고 계셨던 때보다는
가볍고 따뜻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말씀이 없으셨다
차롓날에만 입으셨던
어머니가 입혀주셔야 입는 옷
아버지가 한복을 벗으신 건
아직 오지 않은 가솔들을 마중 나갔다가
한강철교를 건너 상도터널을 지날 무렵이었다
당도하기 전에 도착한 전언
……
그때 왜 오줌이 마려운 건가
집에 왔을 땐 조카들의 마중물이 부어졌고
화장실로 먼저 가 지퍼를 내린 나는
눈으로 볼일을 먼저 보았다
더는 추위와 힘과 부끄러움과는 상관이 없어서
아무데도 걸침이 없이
한복의 옥빛이 번진다
영안실에서 건을 쓴 나는
맨몸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를 뵌다
비로소 어머니의 짐작과 맞닥뜨리고는
내린 지퍼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