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률詩

이마트에 수박 사러 가기

sihatogak 2007. 7. 4. 01:47
 

이마트에 수박 사러 가기




수박을 두드려본다

부리로 난생을 두드리듯

한 세상을 헛기침으로 두들기듯

수박의 일생과 교신을 시도해본다

자라가 토끼를 떠보듯

속내를 떠보지만

집에 와서 칼을 대면 잘못 짚었다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아도 모르는데

하물며 내가 낳은 것이 아니고

내 소관이 아닌 다음 生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신호는 보내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고

배꼽 떨어진 놈은 눈에 들지도 않는데

두 해를 견디면 불혹인데

머리를 땅바닥에 짓찧은들 미혹함이 없으랴

목탁을 밤낮으로 두들기는 스님도

미혹함을 다 떨쳐내지 못해 정진하는데

하릴없이 먹은 것 쏟아내려 등 두들기는 중생이

어찌 알랴

잔을 높이 부딪쳐도 세상은 혼몽하기만 하고

그렇게 두들기며 몸 섞은 마누라 속도 모르는데

다양한 채널을 눌러도 소통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무아미줄탁 관세음줄탁